카테고리 없음

너를 위하여

이관형 2010. 9. 9. 14:32

 

누군지 모를 너를 위하여/최승자

 

내가 깊이 깊이 잠들었을 때,
나의 문을 가만히 두드려 주렴.


내가 꿈속에서 돌아누울 때,
내 가슴을 말없이 쓰다듬어 주렴.


그리고서 발가락부터 하나씩
나의 잠든 세포들을 깨워 주렴.


그러면 나 일어나
네게 가르쳐 줄게.


어째서 사교의 절차에선

허무의 냄새가 나는지,


어째서 문명의 사원 안엔

어두운 피의 회랑이 굽이치고 있는지


어째서 외곬의 금욕 속엔 쾌락이
도사리고 있는지,


나의 뿌리, 죽음으로부터 올라온
관능의 수액으로 너를 감싸 적시며


나 일어나
네게 가르쳐 줄게.

  첨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