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모를 너를 위하여/최승자 내가 깊이 깊이 잠들었을 때, 허무의 냄새가 나는지, 어두운 피의 회랑이 굽이치고 있는지
나의 문을 가만히 두드려 주렴.
내가 꿈속에서 돌아누울 때,
내 가슴을 말없이 쓰다듬어 주렴.
그리고서 발가락부터 하나씩
나의 잠든 세포들을 깨워 주렴.
그러면 나 일어나
네게 가르쳐 줄게.
어째서 사교의 절차에선
어째서 문명의 사원 안엔
어째서 외곬의 금욕 속엔 쾌락이
도사리고 있는지,
나의 뿌리, 죽음으로부터 올라온
관능의 수액으로 너를 감싸 적시며
나 일어나
네게 가르쳐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