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법

시를 쓸때

이관형 2010. 10. 19. 22:53

쓴다는 것/서정윤(시인)

 

 

시를 쓴다는 건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그 작업에 목숨을 걸고 매달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작업 속에 남들이 알지 못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글을 쓸 때 운문을 쓸 것인가 산문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산문은 사고가 논리적으로 전개되고 생각을 순서대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의 경우에

쓰기가 편하고, 운문의 경우는 설명적 사고보다는 묘사적 사고가 앞선 사람, 그리고 사고의

전개에서 비약이 심한 사람의 경우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산문의 경우 그 분량이 운문보다는 좀 많기에 사람들이 그 부담을 덜려고

운문 쪽으로 택한 사람이 더러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운문은 웃으며 시작해서 그 끝을 보지도 못하고 울 수밖에 없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시작했는데 그리고 약간의 기교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고 생각하고는 의기양양했는데 점점 그 깊이를 더해가다 보면

어려워지는 것이 시인 것이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절실한 체험이 필요하다.

체험이 없이 단지 머리속에서 생각한 것만으로 쓴 시는 감동이 없고 무미건조해서

아무도 다시 읽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절실한 체험을 솔직하게 표현할 때 독자는 감동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를 쓸 때 설명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는 것이 필요하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설명하면

그만 지루해 진다. 그 시를 읽는 독자에게 시인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설명을 해서 이해가 되는 시는 좋은 시가 아니다라는 말도 있다.

그것은 시의 외부에서 설명하는 것을 말하는데도 그렇게 말하는데 하물며 시의 내부에서

설명하려고 하는 시를 누가 읽으려고 하겠는가?

 

세 번째로 시를 쓸 때 기교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시는 언어예술이다. 이것이 언어로 쓰여진 예술이라는 말인데 언어로 기술되었기 때문에

예술이라는 부분이 간과되는 경향이 흔히 나타난다.

이 예술이라는 말이 언어라는 말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시에서 사용되는 비유와 상징,

그리고 여러 가지 강조법들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익혀서 시를 쓰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도록 해야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마치 군인이 전쟁터에 나갈 때 총을 가지고 나가는 것과 같이,

학생이 학교에 갈 때 교과서와 노트를 가지고 가듯이 시를 쓰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하는 필수 항목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네 번째로 시를 쓸 때는 말하지 않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말하지 않음으로 말하는 것,

나의 마음에서 완전히 떠나보냄으로 온전히 가지는 법을 익히라는 말이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조건이다.

사랑에 대해 아무런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 다 읽고 나면 그 사랑하는 마음이

애절하게 비쳐 나오는, 그런 시를 써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시가 좋은 시 인 것이다. 뼈 속에 있는 피를 다 말려서 시를 쓰고는 뼈 속은

날짐승들의 그것처럼 공허한 공기주머니처럼 되어버린 시인을 보며 세속에서

벗어난 노스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시를 쓰면서 즐거운 것은 그 속에서 자신을 투명하게 말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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